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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기획칼럼] 커리큘럼의 다양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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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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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모삼천이라는 고사성어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과연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의 교육환경을 만드는 데 그렇게 시행착오를 거듭할 만큼 생각이 짧았을까. 정반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보는 관점이 있다. 맹모가 아무 생각 없이 거처를 옮겨 다닌 것이 아니라, 그 분 나름의 의도적인 기획이었다는 것이다. 즉 처음에는 묘지 근처에 살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느끼도록 하고, 그 다음으로 장터 근처에 살면서 생존의 치열함을 알게 함으로써, 자칫 책에만 빠져서 현실과 삶을 보지 못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세계에 접하면서 획득하는 인지 능력과 감수성이 인간의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바탕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학교와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학생으로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는 한편, 대중문화 및 도시 공간에서는 소비자로서 욕망의 주체가 된다. 사이버 공간에서 거침없는 소통의 자유를 만끽하지만 그것은 매우 제한된 영역일 뿐이다. 참여를 통해 스스로 삶의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적 권리가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로서는 특권을 누리지만 생산자와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삶의 기회는 너무 빈곤한 것이 한국의 젊은이들의 처지다. 그 결과 특정한 지적 능력은 발달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는 능력은 현저하게 빈약하다. <성적>에 연연하여 <성장>을 간과하고, <학력(學歷)>에 매달리느라 <학력(學力)>을 소홀히 하며, <진학>에만 전력하는 동안 <진로>는 뒷전으로 방치한다.

인간의 성장이란 매우 복합적이고 유기적인 과정이다. 거기에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 생활공간이 품고 있는 공동의 기억과 장소성, 자연 환경 속에 깃들어 있는 만물의 순환, 그 속에서 자기의 몸을 움직이면서 쌓아가는 다양한 경험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아이들에게 그러한 배움의 장()을 자연스럽게 제공해왔다. 마을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은 마을 속에서 자라나면서 인간의 생로병사를 생생하게 목격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혔으며, 의례나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채로운 상징 세계를 접했고, 산하를 뒹굴고 농사를 도우면서 생태계의 질서를 깨우쳤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도시적인 삶의 보편화되면서 그러한 성장의 조건은 사라져갔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추상적인 지식으로 대체되어버렸다. 게다가 미디어가 폭발하고 정보와 지식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세상에서, <접촉><접속>으로, <생각><검색>으로 대체된다. 이렇듯 배움의 입체적인 조건이 사라진 상황에서 학습 커리큘럼은 다채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그 결핍을 메워야 한다. 생활 세계가 그 자체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러 가지 탐험의 기회를 제공하던 시절, 학교 수업은 몇 가지 정해진 지식 교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 자체가 증발되다시피 한 세계에서는 교과 수업이 점점 더 많은 부분을 떠맡아야 한다. 마음의 수련, 감성적 표현의 스킬, 사회적 지능, 자아의 인식과 인생의 길 찾기 등 여러 가지 과제가 학교에 부과되는 것이다

리얼리티는 관계의 연결망이며, 우리는 그 연결망 속에서 일체감을 획득할 때 리얼리티를 인식하게 된다.”(파크 팔머) 배움이란 연관성을 깨우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과 사물, 개념과 개념, 생각과 경험, 나와 타인 등 여러 요소들 사이에 의미 있는 연결 고리들을 발견하거나 창조하면서 존재의 뿌리를 내리는 일이 바로 공부다. 그것은 세대, 삶의 영역, 전문 분야, 공간 등의 경계를 가로질러 만나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입체적이고 다차원적인 과제다. 그러한 인간성장의 생태계를 담보하기 위한 커리큘럼은 그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형적인 다양성의 이면에는 그것을 통합하고 융합하는 근원적 바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스스로 그리고 더불어 삶과 마음을 빚어가는 생명의 운동이어야 한다. 배움이란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다. 삶이란 당신이 알고 있는 그것을 증명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르침이란 당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도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일깨우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배우며, 살며, 가르치고 있다.” (리차드 바크)


본 원고는 서울시대안교육센터 9월 뉴스레터의 기획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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