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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앉은자리 단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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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6-13

 햇살, 앉은자리 단재학교

 

  • [ 갑자기 비가 와서 S와 함께 우산을 써야했다. S가 비 맞을 까봐 내 어깨를 반쯤 내놓은 채 S쪽으로 우산을 받쳐 들었다. “저 비 다 맞아요!” 내 키에 맞춰든 우산은 S 앞쪽으로 들이치는 비를 막아주지 못했다. S를 만나면서 안 그러려고 해도 자꾸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한다. 마치 내 우산이 S가 인생에서 마주칠 ‘비’를 다 막아줄 수 있는 것처럼. ]

 

  • 어른과 어린이가 친구가 된다는 건, 어른의 우산을 함께 쓰는 게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거다. S와 내가 함께 한 시간이 우리 인생의 비를 막아주는 각각의 우산이 되길 바란다.  

단재학교 창간준비호「다르다」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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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의 창간준비호「다르다」의 쾅글왕글의 실험보고서에서 발췌한 글이다. 교사이기를 거부하는 단재학교 교사들의 철학이 담긴 글이 아닌가 싶다. 물론 글 속에 등장하는 S 또한 단재학교 친구들과 매우 닮아있다. “잘 있어라, 인간들!” 이라고 외치는 멋진 펭귄 끼룩이의 모습 속에서도 말이다. 계간「다르다」는 단재학교 카페 콩출판사 게시판을 통해 정기구독을 신청 할 수 있다.

 

단재학교는 2009년 개교한 대안학습공간으로 '단재'는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 언론인인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정신을 곧추 세우는 학교가 되고자 하는 뜻을 담고있다. 학생들의 자존감이 살아있는 학교, 모두의 생명력이 넘치는 학교를 만드는 교육목표를 가지고 중ㆍ고등 과정이 통합되어 있는 5+1년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독서ㆍ여행ㆍ놀이ㆍ운동’의 4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모든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며 프로젝트수업은 창업과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 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단재학교 구석구석에 학교의 교육목표와 교사들의 철학이 녹아있는 공간과 학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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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소개할 공간은 1층에 위치한「cafe in 단재」. 아직은 식당으로 도서관으로 음악교실로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앞으로 학부모 소모임, 아이들의 창업교육의 장으로 활용 될 예정이다. 예정일 뿐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이 공간을 두고 교사들은 밤새우며 고민할 것이며, 길고도 긴 아이디어 회의가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 무언가가 만들어질 것이기에 기대가 된다.

 

단재학교의 또 다른 ‘사업’ 아이템 중 하나는 목공품이다. 규브라더스(승규, 문규)가 조각공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직접 만든 만둣국과 과일, 커피까지 대접 받아 맛있게 먹고 배 두드리고 있을 때, 우리를 안내해준 김승태 선생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센터장님의 아이들 안부를 묻더니 별칭이「서울대」라는 좌탁을 공부가 잘되는 책상이라고 소개하셨다.「다르다」잡지의 판로 개척에도 관여하고 있는 김승태 선생님은 영락없는 열정 가득, 패기 충만한 영업신입사원이었다.

 

( ★ 여기서 광고!! 단재학교 카페 cafe.daum.net/abaedu 의 '판매' 게시판에 주문 댓글을 남기면 절로공부모드 서울대와 쟁반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ㅋㅁㅋ)

 

학교를 둘러보며 소소하지만 멋진 공간, 아이들의 그리고 쓰는 솜씨에 놀라며 마구 쏟아낸  아이디어에 “아~ 좋아요. 좋은데요? 어떻게 하죠? 그거 해야겠다~” 라고 묻고 답하는 호기심 가득한 김승태 선생님, 아이들의 작품 이야기에 눈빛이 변하는 콩쌤을 통해서 단재학교를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공간과 틈의 작은 미로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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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에 들어서면 학교라는 생각보다는 구분되어 있지만 또 다시 연결되어 있는 작업장의 느낌이 강하다. 공간과 틈과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단재 친구들의 표현물들이다. 그림, 사진 등 전문가 수준이다. 전문가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의 기준에서는 평범함에서 벗어나 한눈에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제목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평범함 속에서도 제목을 보면 감탄을 하고 마는 멋진 작품들이었다. (제목과 설명을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것은 나에게 작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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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아뜰리에, 아이들의 표현 작업 공간에 출판사를 차려버리고 청소년 제작 종이 매거진의 대표주자가 되겠다는,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은 자신감과 큰 포부를 안고 있는 곳이다. 앞에서 언급한 잡지가 탄생한 정식 출판사로 경험을 통해 배우는,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곳이다.

 

텍스트를 가급적 제한하는 교육형태, 지금 바로 여기에서 유용한 생산물을 만들어내며 공상이 아닌 실제적 내일을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는 박준규 선생님(책임교사)의 철학이 묻어나는 공간이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생각이 거침없이 표현되고, 어른들은 편견 없이 들어주며 서로 공유하고 공감하며 공존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거북이는 느리게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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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뜰리에 맞은편 또 다른 작업장에는 인삼군과 율무가 놓여 있다. 아이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배경을 만들고, 연출하고, 연기하는 손인형극의 주인공이었다. 어떤 스토리인지 궁금해질 수 밖에. 그러나 동행한 황인국 센터장님은 단번에 알아버렸다.


“ 율무의 최종목표는 율무차가 되는 건가? ” 라는 엉뚱한 질문에,
“ 아니오, 그러려고 했는데 결국 율무탕이 되버려요. ” 라는 더욱 알 수 없는 대답.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센터장님.. 둘 사이에 도대체 무슨 언어가 오고간 건지.. 인형극이 완성되면 꼭 보러 가리라!

 

 

교실 여기저기 놓여있는 거북이 또한 인형극 속에 등장하는 배우였다. 그 옆에서 한 친구는 인형극에 사용 될 배경을 그리고 있었다. 작년에 다녀온 워터파크의 내부를 묘사하고 있었는데 원근법? 아니, 3D라는 표현이 더욱 맞을 것이다. 표현에 재능이 있는 친구였다. 행복 경험의 기제처럼 과거의 기억을 불러일으켜 현재에 생생히 재경험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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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색을,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12색, 24색 색연필로 표현 할 수 있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색 만큼이나 다양한 색으로 빛나고 있는 아이들이 빨간색, 노란색으로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생각을 담아내기에도 한 없이 부족한 4절 도화지 속에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단재학교는 개별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질문하기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학습 ‘거리’를 만들어 학습자가 소외되고 낙오되는 기존 교수학습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나란히 걷고, 그들의 속도로 생각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학습의 즐거움을 갖게 할 것이다.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선택하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터득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들 저마다 빛나는 개성을 찾아 줄 돌봄과 배움이 있는 공간이 더욱 많이 생겨나길 바라고, 각자에게 맞는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교사가 더 많이 함께 하길 바란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공간, 서울시대안교육센터에서 나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료들과 함께, 그 일에 동의하고 먼저 징검돌을 놓고 있는 좋은 시민과 좋은 교사들과 함께 배움을 포기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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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학교 안 마음이 가는 공간, 햇살 앉은자리에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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