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활동소식

HOME > 커뮤니티 > 센터 소식 > 활동소식
링크공유 프린트

일석다조(一石多鳥)

  • 관리자
  • 0
  • 3,848
  • 0
  • 0
  • Print
  • 글주소
  • 04-08
9c23e23552bb891e6b7ea4e605c7cead.jpg

‘강강수월래(江江水原來)’는 강을 되돌리자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강강수월래 이름의 의미를 살리자면 현재 우리의 강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

일석다조(一石多鳥)


 


이예진(공간 민들레 학생/청소년 강강수월래단 기획단)


 


  ‘강강수월래(江江水原來)’는 강을 되돌리자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강강수월래 이름의 의미를 살리자면 현재 우리의 강이 어떠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아무생각 없이 물을 낭비하고 있었다. 물이 아깝다는 생각 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이런 걱정을 왜 해야 하는지라는 생각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젠 조금씩 걱정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대운하 건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운하 건설’은 멀쩡한 땅과 바다까지 파헤쳐서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다. 운하를 건설하면 물건을 보다 쉽고 빠르게 나를 수 있고, 중간 비용 없이 저렴하게 물건을 주고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정말 좋아 보이는 대운하 사업. 하지만 여긴 이렇게 건설하겠다, 비용은 이만큼이다, 분명 우리에게 이익이다 등의 이야기를 그대로 믿기에는 어쩐지 엉성해 보이는 대운하 계획이 걱정스럽게만 보였다.
  나는 환경을 위해서, 내가 물을 자유롭게 마시기 위해서, 쓸데없이 공공의 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대운하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강수월래단에 참가했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기획단 첫 모임이자 워크숍이었다. 이번 워크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100일 순례단과 같이 걷기, 기획단장님 얘기듣기, 우리 강강수월래단의 회의 등이다.
  나는 등산용 큰 가방에 옷과 음식 준비물 등 기대한 만큼의 물건들을 넣었다. 설레는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무사히 버스를 타고 충주에 도착했다.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 몇몇과 충주에서 또 다시 차를 타고 100일 순례단 분들과 같이 걷기위해 청암교에 가야했다. 장소에 도착 하자마자 별 준비도 없이 ‘묵언’이라는 말과 함께 출발했다.


 



  생각보다 취재진이 많았다. 나는 취재진들을 볼 때마다 ‘내 얼굴이 찍혀서 대문짝만하게 나가면 어떡하지? 운하에 대해서 물어보면 뭐라 답을 해야 할까?’ 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고 괜스레 긴장도 되었다. 분명 나를 찍는 게 아닌데도 이런 생각은 나를 끊임없이 착각의 늪에 빠뜨렸다.

 

  한 시간을 걷고 10분씩 쉬는 방식으로 총 4번을 그렇게 했다. 쉴 때마다 각자 쉬는 방법이 달랐다. 사진을 찍는 사람, 자는 사람, 물 마시는 사람, 그냥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 나는 물을 마시고 그대로 서 있었다. 10분이라는 시간동안 앉아서 휴식을 취하면 긴장이 풀려서 인지 휴식이 끝나고 걷는 1시간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20080408145059544246.JPG


 


20080408145636957943.JPG  처음엔 풍경이나 앞으로의 나를 생각해보며 걸으려 했지만 너무 힘들어서인지 머리가 자꾸 땅을 향해 내려갔다. 땅만 보고 있으면 공부해야겠다, 놀고 싶다 등 평소에 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앞사람과 간격을 맞춰가며 걷는 거, 발이 아프다 정도의 생각이 전부였다.
  그러다 문득 땅만 보고 걷는 건 별 생각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봤다. 주위를 볼 때마다 ‘아! 역시 시골이여서 그런가? 뭔가 풍기는 냄새하며 환경이며 다르긴 다르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는 우뚝 서 있는 아파트 하며 6차선, 8차선 도로, 모두가 복잡하

고 숨통을 조여 오는 느낌이 있지만, 시골은 높은 거라곤 산이 전부이며, 뭔가 익숙하면서도 지독한 똥냄새, 내가 숨을 쉬든 안 쉬든 상쾌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그런 게 있었다. 이래서 답답할 땐 가끔씩 시골에 와서 머리를 식히고 다시 나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걷다보니 주변 환경만이 아니라 사람들도 눈에 들어왔다. 100순례단인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굉장히 많이 계셨고, 금산간디학교 애들도 있었다. 우리도 하기 힘든 도보순례를 연세 지긋한 분들로 구성된 100일 순례단 분들은 잘 하고 계셨다. 우리보다 더 먼저, 더 오랜 시간을…. 왠지 모를 오기가 생겼다. 이분들도 이렇게 하시는데 젊고 팔팔한 내가 여기서 ‘힘들다 덥다, 짜증난다, 그만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던 게 쪽팔리고,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즐겁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금산간디학교 애들은 정말 즐겁게 순례를 했다.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쉴 새 없이 말을 하고, 지친 기색이라곤 전혀 없어 보였다. 친해지고 싶었지만 친해질 수 없었다. 친해질 수 있는 소재도 없었고, 친해질 시간도 없었다. 마지막에 서로 소개를 했지만 생각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다음에 만나면 정말 친해질 자신이 있다.
  청암교에서 본포교, 본포교에서 북부리까지의 거리도 시간도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틀 동안의 8시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20080408150610128551.jpg


 


  강강술래에는 기획단과 강강수월래단, 그리고 지원단이 있다. 기획단은 30일 이상 참여하면서 홍보, 사진, 답사, 참여자 섭외, 숙소 섭외 등을 맡고, 강강수월래단은 기획단과 비슷하게 가지만 기간은 48일을 채워야한다. 마지막으로 지원단은 노동력, 물적, 재정적 지원을 하고, 사진, 답사 등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이 외에도 구간참가자라고 구간별 코스를 정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날을 정해서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나는 이 중에서 기획단을 하고 있다. 이왕 할 거면 처음부터 끝까지 푹 빠져서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홍보하고, 답사하고, 사진 찍고…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 이렇게 책임감을 갖고 해야 ‘아! 내가 진짜 뭔가 하고 있구나’ 라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았다.


 



20080408150846565563.JPG


  기획단 회의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무슨 회의를 5시간이나 하는지…. ‘준비물, 주의사항, 각자 맡은 일(홍보나, 답사, 참여자섭외 등)을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가?’, ‘운하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가?’ 등에 관해 얘기했다. 정말 중요한 것들만 얘기 했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너무 힘들고 끝까지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내게는 오히려 4시간이던 5시간이던 걷는 게 훨씬 편하고 행복했다.


 


  현재 공간 민들레에서 많은 소모임들을 하고 있지만, 귀찮으면 적당히 핑계를 만들어 안가고, 놀기도


했기 때문에 진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때문에라도 더더욱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정말 찌릿찌릿하게 즐겁고 신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을 되돌리자’ 라는 의미뿐 아니라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타인을 돌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니, 그렇게 만들어 볼 생각이다.

0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