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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십프로젝트] 다음에 또 와도되죠? -길잡이교사들의 이유있는 동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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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4-04

다음에 또 와도되죠?
 -길잡이교사들의 이유있는 동네여행-
 
 
첫째날
 
목련이 초록 봉우리를 빠끔히 내미는 새 봄의 소리가 들려오는 아침이다. 서대문구 청소년 수련관에 각자의 위치에서 청소년들을 위하여 일을 하고 있는 길잡이 교사 4명이 모였다. 해마다 학교폭력, 학교부적응 등의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수가 늘고 있다. 이런 학교 밖 청소년은 진로교육과 같은 교육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우리 지역 청소년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지역이 지역의 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많은 수의 학교 밖 청소년은 막막한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 이에 청소년들에게 학교 밖 배움터를 안내하기 위해 직접 길을 나섰다. 책상 앞에서만 고민해오던 몇 가지 질문을 들고.
 
‘우리지역 사람들은 청소년을 얼마나 염려하고 있나? 학교 밖 청소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청소년들을 위해 용기 내어 멘토를 자청하실 우리 동네 직업인은 얼마나 될까? 어떤 직업인과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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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성욱, 김가현, 유은정, 배진경
 
 
연희동과 신촌동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 4명이 걸어 다닐 지역은 연희동과 신촌동이다. 서대문청소년수련관에서 내려가면 바로 서대문구청이 나온다. 이왕에 샅샅이 동네를 살펴볼 요량이었으니 구청으로 자신감 있게 발길을 들여놓았다. 서대문구 구청에는 자유롭게 책을 읽으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일자리지원센터에서 구민들의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일을 하고, 카페도 있다. 구청 내에 있는 하이천사 카페의 박종민(21)님은 장애를 가졌으나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고 자립을 위하여 하이천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 커피를 제조하는 작은 공간에서 꿈을 키워가는 밝은 천사를 만났다.
 
구청 앞에 있는 화타한의원에서 쌍화차를 얻어 마시고 건강해진 느낌으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였다. 살짝 비춰오는 햇볕에 살이 탈 듯 하지만 재개발의 위협을 비켜나가서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있는 연희동을 걷는 건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운 황홀함이다. 들썩이는 기분이 거리에서 고된 일을 하시는 아저씨께도 인사가 절로 나온다. 전신주에 올라가 전선줄을 교체하신다는 기술자는 해맑은 웃음으로 자신의 일에 대한  서슴없이 설명한다.
 
“아저씨, 무슨일 하세요?”
“응, 난 서대문구와 은평구에 있는 전깃줄을 수리하거나 바꾸는 일을 해. 하루에 2곳 정도를 공사하지.”
 
언제나 그렇듯 잘 보이지 않은 곳에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일을 하는 분들의 삶은 거짓이 없다. 기분 좋은 만남과 함께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차미소’라는 차를 납품하는 회사다. 젊은이 넷은 차를 납품하는 사무실에 무턱대고 들어갔지만 김성률 이사는 오히려 잘 왔다며 반기셨다. 쑥차와 연꽃잎차를 내어놓으시면서 ‘차’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셨다.
 
“차는 사람들과 대화하게 하는 힘이 있어요. 요즘 청소년들 안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자살도 많이 하는데 차를 안 마셔서 그래요. 차를 마시는 예절을 배우면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좋은 정서를 몸에 익힐 수 있어서 좋아요.”
라고 하시면서 가을에 차미소의 다원으로 기행을 가는데 꼭 우리지역 학교 밖 청소년들을 초대 하고 싶다고 전하셨다. “다음에 또 와도되죠?” 라는 말과 함께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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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선줄 교체 기술자와의 만남                      ▲ 차문화에 대해 열변을 토로하시는
                                                                                                       ‘차미소’의 김성률님

길을 걷지 않았으면 몰랐을 우리 동네 가게들이 눈에 띈다. 공정무역커피와 유기농 빵을 파는 카페 ‘오늘’, 늘품(서대문청소년수련관내 방과후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네일아트가게, 동서한방병원 내 다문화 어머니들이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 등 큰 대로변을 끼고 다양한 가게가 줄지어 있다. 연희삼거리를 지나 언덕을 넘는데 허기가 진다. 연세대 동문 근처에 있는 한식 뷔페집에서 푸짐한 점심을 먹고서 우리의 후반전을 시작했다.
 
청소년의 내일을 상상하다
 
점심식사 후, 연희동을 걸으면서 우리는 이런 대화를 했다.
 
“청소년들이 정말 마을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세상 모든 것이 스승이래잖아요. 우리 청소년들은 길거리에 핀 목련의 봉우리를 보고 봄을 배울 것이고, 동네에서 일하시는 아저씨에게도 작지만 소중한 삶의 지혜를 배울 거예요. 우리는 직업을 체험하게 하고 청소년 인턴십 몇 명 했다고 말하지 말고, 진짜 삶의 지혜를 전해줄 스승를 찾아 청소년과 연계하는 일을 하면 되요. 그러니 다음 목적지로 갑시다!”
 
유난히도 길이 반듯한 연희동 골목길을 지나 우리가 도착한 곳은 연희문학창작촌이다. 1년을 4분기로 나눠서 3개월간 국내.외 20명의 문인들이 입주하여 창작활동을 한다. 창작촌을 들어서자 서울 한복판에 숨겨진 비밀의 정원을 발견한 느낌이다. 정원은 문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개방되어 프로그램에 참여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창작‘촌’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게 집들이 산골마을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창작촌의 매니저는 이미 청소년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동네여행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면서 선뜻 안내를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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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랩실 앞에서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   ▲ 창작촌에 입주해 있는 문인들의 체력개선을
                         대한 설명을 하는 김유리씨                                     위한 예술가 놀이터

연희문학창작촌은 문학 미디어랩에서 다양한 시민 문예활동을 한다. 도서관처럼 생긴 미디어랩은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책을 보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며, 청소년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작년에는 청소년을 위한 ‘세계명작단막희곡 낭독교실’을 연극배우들과 함께 강독하였고, 청소년이 직접 선정하는 ‘청소년문학상’이 진행되어 시상식까지 했다고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열린 공간이니 함께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보자는 긍정적인 의견도 주셨다. 비밀의 정원에서 낭만적인 시간을 보낸 우리들은 잠시 쉼표 의자에 앉아서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함께 갈 수 있는 길...?’ 공자는 ‘세 사람이 걸으면 반드시 그 길에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 必有我師)고 했다. 같이 걷는 우리 넷이 서로에게 스승이 되어준다면 청소년과 함께 하는 길에 놓여진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생각한다. 기꺼이 예상치 못한 배움이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의 씨앗
 
연희동을 걸어나오다 보면 ‘네모의 꿈’이라는 바느질하는 카페가 있다. 손으로 만드는 이야기에는 아줌마들의 수다가 있고, 동화책 속에 나올법한 인형이 있고, 계절마다 원색의 프리마켓이 열린다. 바느질 가게가 동네의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또 놀랍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개인의 이야기들이 실과 바늘로 꿰어져 있는 이곳은 네모가 꿈꾸는 곳이다. 손재주가 있고, 말솜씨가 있는 청소년 네모들이 여기서도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스친다.
 
연희동거리에서 좋은 기운을 받고 연세대학교 북문으로 향하는 길에는 서대문 소방서도 있고, 오래된 가구와 멋들어진 옷가지가 파는 북문쌀롱이라는 재미난 가게도 있다. 연세대 북문으로 들어가자 수십 개의 직업군이 쏟아진다. 대학 내에 있는 연세우유는 꾀 큰 사회환원형기업이다. 운영을 하기위한 예산을 제외한 모든 수익금을 학생교육지원과 장학금으로 쓰인다고 한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김민정씨는 회사의 운영구조를 설명해줬다. 마케팅부서는 브랜드관리부와 마케팅부로 나뉘고, 영업부는 대리점영업과 대형마트, 온라인으로 부서가 또 나뉜다. 생산부는 아산에 공장이 있고, 전국에 있는 자체목장에서 원유부터 직접 관리하는 관리자가 있다. 규모가 크고 체계가 있는 큰 회사라 지금 당장 청소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지는 보이지 않지만 이런 큰 회사의 모습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는 경험만으로도 가능성의 씨앗이 뿌려진 거니깐.
 
연세대학교는 학생들의 편의시설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을 파는 슬기샘, 사진을 찍어주는 본뜰샘, 기기를 대여해주는 빌리샘 등 생활을 위한 용품을 팔고 음식을 판다. 이곳은 단순하게 파는 곳들의 모임이 아니라 생협의 조합원이 되어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다. 생산과 소비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과 학생들이 애쓰고 있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청소노동자 분들께 간단한 컴퓨터 기술을 알려주면서 새로운 방식의 관계를 만들어간다. 일을 하는 입장뿐만 아니라 이용자로서의 역할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좋은 시간이었다. 청소년 진로교육을 할 때도 일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일상경제를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면서 삶 전반에 대해 틀을 잡는 시간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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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세우유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신                     ▲연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마케팅부서 김민정 주임 
 
5시가 가까워지는데 하루 종일 청소년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는걸까.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은 방과 후 숨 쉴 틈없이 학원이나 과외를 하느라 바쁘다. 학교 밖 청소년도 마찬가지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다. 오늘 만난 분들과 청소년의 또 다른 배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자리에 당사자인 청소년이 빠져있다는 것이 아쉬웠다. 어른들도 만나지 못한 청소년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고, 청소년 또한 내일을 밝게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4명의 길잡이들은 다음날에도 ‘청소년의 내일’이라는 과제를 가지고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그 다음은 청소년이 직접 자신의 스승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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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대문구청 내 하이천사카페에서                ▲ 잠시 앉아서 고민하는 길잡이 선생님들
                                   일하는 박종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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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을 함께 걸었던 길잡이 선생님들                  ▲ 길거리 프리마켓을 여는 북문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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